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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레스케이프 호텔에 위치한 라망시크레를 다녀왔다. 미슐랭 1스타지만 개인적으론 2스타에 버금갈 만큼 훌륭한 퀄리티를 뽐내었다고 본다. 이날은 런치 코스이며, 방문 시기는 2021년 11월 말경이다. 그러니 현재는 일부 메뉴가 바뀌어 있음을 감안하고 봐주시기 바란다.
런치 코스 가격은 1인 13만원이며, 추가 비용은 캐비어와 달걀이 65,000원, 트러플 추가 시 20,000원, 메인 요리를 칡소로 변경하면 30,000원이다.
처음은 메뉴에 없는 작은 한입 거리로 시작된다. 테마가 꽃이라 꽃잎을 이용한 디스플레이가 인상적이다. 먹는 순서는 나뭇잎을 시작으로 반시계 방향이다.
낙엽 모양의 핑거 푸드. 배를 이용했다고 한다. 무슨 맛인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임팩트가 없지는 않으나 적당히 달고 바삭거려 식전으로 괜찮았다.
푸아그라와 밤 퓌레가 들어간 타르트. 비리지 않고 고소하면서 풍미가 좋다. 특히, 옆에 형형색색의 잎모양(카카오닙)과 고명들이 재밌는 식감을 더한다.
이것은 무쌈이 아니고 콜라비를 이용한 한입 거리. 안에는 방어와 식용 꽃이 들어갔는데 아삭거리는 식감과 상큼함으로 입맛을 돋운다.
당근으로 꽃잎을 형상화한 타르트다. 당근과 콩테 치즈, 캐러웨이, 위에는 훈제 파프리카 가루가 뿌려져서 풍미를 더한다.
프렌치 레스토랑 답게 겉은 바삭, 속은 폭신한 두 가지 빵(깜빠뉴와 포카치아) 및 버터가 제공된다. 호밀과 통밀로 만들어졌는데, 갓 구워 나온 듯 뜨거운 온도가 정말 마음에 든다.
포카치아는 두 번 정도 리필해 먹었다. 확실히 프랑스 빵이 바삭한 겉 식감과 잘 숙성된 효모빵의 매력인 듯. 여기에 짭짤한 가염 버터를 발라 먹으면 버터도 순삭. 진득한 풍미와 소금이 만나니 그 고소함은 극대화된다.
이날 나온 음식중 가장 예쁜 모양새를 자랑했다. 보기엔 저래도 어른 남자 손가락 길이만 했을 듯. 작지만 꽤 다양한 재료가 이 안에 녹아들었다. 알배추, 적양배추, 케일, 겨자잎, 근대, 데친 꽃게살, 콜리플라워 크림, 비스크 바바, 차이브 오일 등. 소스는 꽃게를 이용했다고 한다.
두 세번에 나눠 먹어야 했는데 곁이 엄청나게 바삭거리고, 콜리플라워 크림을 비롯한 다양한 속재료들이 저마다 맛을 주장한다. 약간의 산미와 쌉싸래함도 느껴지고, 끝에는 꽃게 국물의 감칠맛으로 따듯하게 마무리된다.
사과나무에 훈연한 송어를 구은 플란차에 감쌓다. 그 외 자연산 송이와 사랑초, 염장 송어알 등이 곁들여진다. 독특한 조합이긴 하나, 개인적으론 이날의 워스트였다.
기본 메인인 이베리코 꽃갈비살을 비장탄에 구워냈다. 위쪽 로메인 샐러드는 로메인 상추를 발효시킨 드레싱에 이베리코로 만든 햄이 들어갔고, 맨 우측은 샴페인 식초 피클이다.
돼지고기지만 추천하는 익힘은 미디엄 레어라 해서 그렇게 주문했다. 결과적으로 성공적이었고 이베리코의 촉촉함과 풍미가 또렷이 느껴졌다. 겉을 감싸고 있는 것은 파나드이고 위에 여러 장식으로 보는 재미를 더했다. 소스와 가니쉬도 궁합이 좋았으니 개인적으로 메인 다웠던 요리라 생각한다.
사골 크러스트, 우엉의 식감, 고소한 치즈, 그리고 촉촉하게 구워진 한우 안심의 육향이 감미롭게 다가왔던 한 접시였다. 미디엄 레이로 익혔는데 기회가 되면 레어도 나쁘지 않을 듯. 그만큼 고기 품질도 훌륭했다.
이날은 동생 부부가 아이를 가진 기념으로 왔는데 이렇게 보기 좋은 레터링과 함께 작은 케익을 제공해 주었다. 특별히 기념일이 있다면 미리 귀띔해두는 것도 잊지 말자. 이렇게 챙겨주니까.
첫 번째 디저트는 샤르트뢰즈와 블루베리. 향긋한 차조기(시소), 블루베리 머랭, 블루베리, 라임과 샤르트뢰즈 소르베의 상큼함까지 다채로운 맛을 낸다.
미처 사진을 못 찍었지만 포크로 힘주어 쪼개면 아이스크림이 나온다. 농밀한 초콜릿과 땅콩, 바닐라 아이스크림에 트러플 향까지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운 초콜릿의 단맛을 보여준다.
이제 진짜 마지막까지 왔다. 특히, 새 장에 갇힌 젤리가 좀 앙증맞으면서 귀엽다. 차는 세 가지 중 택일이며,
초콜릿과 쿠키로 마무리. 사진은 못 찍었지만 가는 길에 호두과자 한봉지씩 챙겨주는 인심도.. 작지만 이런 작은 요소요소들이 결합돼 라망시크레의 이미지를 보태는가 싶다.
사실 미슐랭에서 별의 개수는 절대적인 평가로써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가심비까지 반영하기에는 주관적 개입과 다양성 측면에서 변수가 많다. 다시 말해, "13만 원에 이 정도면 재방문 의사가 있을까? 없을까?"란 질문에서는 별의 개수로 답변하기 어려우니 말이다.
전반적으로 테마가 살아있는 플레이팅과 꾸밈이 신선하게 다가오면서도 작은 디테일을 놓치지 않고 살려낸 점이 인상 깊다. 눈으로만 맛있는 게 아니라 실질적인 음식의 맛, 식감, 풍미에서도 섬세한 노력을 기울인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서버 분의 설명도 적절했고, 음식을 내어오는 타이밍, 서빙 온도 등 뭐하나 나무랄 데가 없었다. 물론, 이 모든 것은 13만 원이란 가격에 비추어봤을 때 이야기다.
가령, 16~18만원에 이렇게 나온다면?이라고 가정한다면 재방문에 있어 조금은 고민이 될 수도 있다. 왜냐하면, 이 가격에 다른 선택지가 떠오를 테니. 그런데 이 가격에 이런 접대와 품질이라면? 과연 이를 능가할 만한 대체제가 있을까? 있다면 얼마나 다양한 선택지가 떠오르겠는가?
호텔 레스토랑란 게 애초에 가성비로 가는 곳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상품을 팔아주는 입장에선 가성비, 가심비 등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이날 코스를 끝내고 디너는 어떨지 궁금했는데, 적어도 런치는 가성비, 가심비를 모두 만족킬 만한 코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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