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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가로 5만원 이하의 미국 레드와인 중 쓸만한 와인을 소개합니다. 보통 저가 미국 와인의 큰 문제는 이제 막 와인 맛을 음미하기 시작한 초심자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인위적인 맛 조작질이 빈번하다는 점이며, 또 그것이 시장에서는 제법 먹힌다는 사실입니다.
과도하게 짜낸 포도즙, 진한 발색, 오크칩, 오크액, 태운 오크 맛을 더해 뭐든지 진하고 과하게 우리는데요. 그러다보면 토양이 전해주는 떼루아나 섬세함, 복합미 등 와인으로써 갖춰야 할 품질을 잃어버립니다. 대신 당장 혀를 만족시켜 주는 가짜 맛으로 당장은 우리 혀를 충족시켜주지요.
특히, 과도한 오크나 또 거기에서 비롯된 바닐라, 초코, 커피, 그리고 진득한 바디감과 잔당감은 이제 막 레드 와인에 맛을 들인지 얼마 되지 않은 한국의 와인 시장. 또는 기존에 소주나 소맥 파였던 이들의 혀를 훔치기엔 충분해 보입니다.
당장은 그런 와인을 맛보는 것이 문제는 안 됩니다만, 머지 않아 물리게 되겠지요. 또한, 이런 맛이 시장에서 계속해서 먹힌다는 것은 3~5만원 이하급 와인 시장에서 진정성이 담긴 와인을 찾아보기가 점점 힘듦을 예고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와인이 갖춰야 할 진정성은 무엇일까? 라고 생각해본다면, 떼루아(토양)이 전해주는 특유의 맛과 향, 해당 국가나 품종으로서 그 특징이 잘 드러나는 와인이야말로 좋은 와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해당 가격대 안에서 말이지요. 그렇게 봤을 때 고스트 파인 까베르네 소비뇽은 충분히 그런 점들을 갖추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 고스트 파인 까베르네 소비뇽 2017
▶ 타입 : 레드
▶ 생산국 : 미국 > 캘리포니아 > 루이 마티니
▶ 품종 : 까베르네 소비뇽, 쁘띠 시라, 쁘띠 베르도, 말벡
▶ 알코올 : 14.2%
▶ 구입가 : 2만원 후반
▶ 페어링한 음식 : 소고기 스테이크
▶ 브리딩 : 뽕따
- 적당히 진한 퍼플, 아직은 영한 17빈이지만, 가격대로 보아 숙성 잠재력을 논할 와인은 아니므로 지금이 시음 적기로 보임.
- 자두를 필두로 블랙베리, 검은체리 등 검은 과실 위주로 전해지고, 바디감은 미디엄 플러스로 묵직.
- 오크와 그에 따른 2차향인 바닐라, 초콜릿 뉘앙스가 과하지 않게 녹아들었다.
- 산도 또한 이 급의 미국 와인에서 보여지는 저급함이나 부재를 넘어 어느 정도 존재감을 보여주며
- 피니시 또한 이 가격대에선 준수하다.
※ 브리딩 노트
뽕따로 충분
※ 총평
비슷한 가격대로 롱반과 비교가 되는 부분. 롱반이나 코넌드럼, 서브미션 계열은 뭐든지 과한 면이 있고 자연스럽게 융화된 오크 뉘앙스가 아닌 인위적인 맛과 향 주입의 느낌이 나는 반면, 고스트 파인 까베르네 소비뇽은 미국 캘리포니아 와인의 특징인 바닐라, 초콜릿, 다이아세틸(버터리) 뉘앙스가 매우 자연스럽게 융화돼 와인에 녹아들었다. 타닌이 우아하거나 고급스럽진 않지만, 이 가격대에서 뚜렷한 과실 뉘앙스와 적당한 2차 부케 등이 있으니, 느끼한 미국 와인이 식상하다면 한번쯤 선택해 볼만. 내 점수는 91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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