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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레드 와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샤또네프 뒤 빠프'. 철자 앞자를 따서 일명 CDP란 줄임말도 있습니다. 샤또네프 뒤 빠프란? '교황의 와인'이란 뜻으로 그 기원을 살피려면 1300년대에 벌어진 '아비뇽 유수' 사건을 알아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역사 공부가 되므로 여기선 깔끔히 생략합니다. 

 

결과적으로 샤또네프 뒤 빠프란.. 교황의 와인이란 의미도 있지만, 프랑스 3대 생산지 중 하나인 론 지방의 마을 이름이기도 합니다. 론은 북부 론과 남부 론이 있는데 샤또네프 뒤 빠프는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는 남부론의 한 생산지로 '꼬뜨 뒤 론', '지공다스'에 이어 품질 높은 레드와인을 만드는 유명 생산지라 할 수 있습니다. 

 

같은 샤또네프 뒤 빠프라도 누가 만드느냐.. 다시 말해, 어떤 도멘 어떤 생산자가 양조했느냐에 따라 맛과 품질, 가격이 천차만별인데요. 여기서 소개하는 CDP의 생산자는 끌레데 빠프(Clefs des Papes)이며, 발음이 비슷한 끌로데 빠프(Clos Des Papes)의 CDP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참고로 끌로데 빠프 CDP는 매우 유명한 와인으로 상시가 15만 원 정도가 형성. 본 페이지에서 소개하는 3만 원짜리 CDP와는 다른 와인입니다.

 

여튼 그렇다 하더라도 보통 CDP하면 최소 5만 원이 넘어가기에 데일리 와인으로는 부담스럽지만, 이 와인은 코스트코에서 3만원 초반으로 구매할 수 있어 몇 안 되는 데일리급 CDP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저의 소감을 보실까요?

 

 

#. 샤또네프 뒤 파프 클레데파프 2016
▶ 타입 : 레드
▶ 생산국 : 프랑스 > 남부 론 샤또네프 뒤 빠프 > 끌레 데 빠프
▶ 품종 : 그라나슈 80%, 시라 15%, 무르베드르 5%
▶ 알코올 : 14.5%
▶ 구입가 : 3만원 초반
▶ 페어링한 음식 : 치즈, 스낵류
▶ 브리딩 : 뽕따로 시작

- 두 번째 시음. 진득하고 어두운 다크 루비에 밝은 자홍색 림. 림 베리에이션이 살짝 나타나지만 숙성의 기미는 아직이다.

- 처음 뽕따 후 옅은 체리향, 쿰쿰한 흙냄새 그외 환원취 등 과실은 잠겨 있다. 

- 디켄터 없이 에어레이터 만으로 따라 잔 브리딩과 첨잔을 병행. 30분에서 1시간에 걸쳐 시음. 

- 검붉은 체리, 라즈베리, 약간 드라이한 과실이 제법 집중되며 그 뒤로 흑후추, 감초, 발사믹 계열의 향신료가 뒤따른다.

- 시간이 지나면서 거친 타닌은 동글동글해지고, 이 가격대 치고 피니시도 준수하다.

- 계속된 첨잔으로 잔브리딩하며 마시는데 2차향으로 가죽과 흙내음이 물씬. 

- 특히, 광물 뉘앙스의 미네랄리티가 쎄~ 하게 올라오는 것이 매력적. 

※ 브리딩 노트
뽕따로 열고 천천히 잔 브리딩하며 변화하는 맛을 보는 것도 좋고, 처음부터 일정 포퍼먼스를 기대한다면 디켄터에서 30분 가량 브리딩 후 시음 추천.  

※ 총평

풀바디에 가까우면서 진한 향수 같은 와인. 이 가격대에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얼씨함(축축한 흙냄새)과 미네랄리티 등 떼루아의 느낌이 명료한 와인도 없을 듯. 검붉은 과실향이 좋으나 신선한 과일과는 거리가 멀고, 다소 드라이한 느낌에 그 끝은 후추 같은 얼얼한 스파이시가 따른다. 초반에 타닌은 양볼을 조이듯 떫고 거칠었으나 브리딩이 진행되면서 부드러워졌다. 정리하자면, 3만원대로 떼루아의 느낌과 CDP를 경험해 보고픈 이들에게는 강력 추천! 반대로 흙냄새와 쿰쿰함이 낯선 와린이. 또는 신대륙(미국, 칠레, 호주 등) 와인만 접했던 이들에게는 불호일 확률이 높아 보인다. 내 점수는 9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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